회의 녹취를 AI로 회의록으로 만들어 본 결과, 작성 시간은 분명 줄었지만 누락된 내용과 잘못 정리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직장인에게 회의록 작성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드는 업무다. 회의 중에는 대화에 집중해야 하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메모와 기억을 바탕으로 주요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특히 참석자가 여러 명이거나 주제가 자주 바뀌는 회의라면 결정 사항과 담당 업무를 구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회의록은 단순히 참석자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문서가 아니다. 어떤 의견이 나왔는지보다 무엇이 최종적으로 결정됐는지,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았는지, 언제까지 처리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기록해야 한다. 그래서 녹취문이 있다고 해도 모든 내용을 읽고 핵심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회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뒤 AI를 이용해 회의록으로 정리하는 방법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긴 대화를 빠르게 요약해 준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실제 업무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에는 약 40분 동안 진행된 팀 회의 녹취를 AI로 정리해 보고, 어떤 내용이 빠졌는지, 무엇이 잘못 정리됐는지, 최종 수정에는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직접 비교해 봤다.
40분 회의를 직접 정리한 시간과 AI를 사용한 시간
실험에 사용한 회의는 네 명이 참여한 약 40분 분량의 팀 회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 달에 진행할 고객 대상 행사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었다. 행사 장소, 홍보 일정, 참석자 모집, 예산, 담당자별 업무가 차례로 논의됐다.
먼저 평소처럼 회의 내용을 직접 정리했다. 회의 중 작성한 메모와 녹취문을 함께 확인하면서 회의 목적, 주요 논의 내용, 결정 사항, 담당자, 마감일 순서로 회의록을 작성했다.
직접 작성할 때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 부분은 대화에서 중요한 내용만 골라내는 과정이었다. 녹취문에는 말이 반복되거나 중간에 문장이 끊긴 부분이 많았고,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대화도 섞여 있었다. 또한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회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나누어 등장하기도 했다.
초안을 작성하는 데 약 27분이 걸렸고, 담당자와 일정, 결정 사항을 다시 확인하는 데 약 11분이 더 필요했다. 최종 회의록을 완성하기까지 총 38분 정도가 소요됐다. 40분 회의를 정리하는 데 거의 같은 시간이 다시 들어간 셈이다.
다음에는 동일한 녹취문을 AI에게 입력했다. 단순히 요약을 요청하지 않고, 회의 목적과 주요 논의 내용, 결정 사항, 담당자별 후속 업무, 마감일로 구분해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은 별도로 표시하고, 반복되는 대화는 제외해 달라는 조건도 넣었다.
AI가 회의록 초안을 만드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기본적인 형식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여러 번 반복된 의견은 하나로 합쳐졌고, 장소와 홍보, 예산처럼 주제별로 구분되어 읽기도 편했다.
하지만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공유할 수는 없었다. 녹취문과 비교하며 빠진 내용을 추가하고, 잘못 정리된 부분을 수정하는 데 약 17분이 걸렸다. 전체 작업 시간은 약 18분 정도였다. 직접 작성한 38분과 비교하면 약 20분을 줄일 수 있었다.
AI 회의록에서 발견한 누락과 잘못된 정리
AI 회의록의 가장 큰 장점은 긴 대화를 빠르게 구조화한다는 점이었다. 참석자들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한 내용은 짧은 문장으로 정리했고, 서로 다른 시점에 나온 관련 내용을 같은 항목 아래 배치했다.
반면 중요한 내용이 빠진 경우도 있었다. 회의 중 행사장 예약 취소 가능 기한이 짧게 언급됐는데, AI 회의록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화 전체에서 한 번만 나왔기 때문에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반드시 기록해야 할 내용이었다. 취소 가능 기한을 넘기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AI는 발언의 횟수나 문장의 강조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해당 정보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정확하게 판단하지는 못했다.
잘못 정리된 내용도 있었다. 회의 중 행사 시작 시간을 오전 10시로 할지 10시 30분으로 할지 의견이 나왔고, 최종적으로는 고객사에 확인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AI는 이를 ‘오전 10시 30분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함’이라고 정리했다.
의견과 결정 사항을 혼동한 것이다. 만약 그대로 공유했다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정이 결정된 것처럼 전달될 수 있었다.
담당자를 잘못 연결한 부분도 있었다. 한 참석자가 다른 팀원의 업무 진행 상황을 대신 설명했는데, AI는 말한 사람을 해당 업무의 담당자로 기록했다. 실제 담당자는 따로 있었지만, 녹취문에서 주어가 생략되어 있어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날짜와 숫자도 주의가 필요했다. 음성 인식 과정에서 ‘15일’이 ‘50일’로 잘못 변환된 부분이 있었고, AI는 이를 그대로 회의록에 반영했다. AI 정리의 문제라기보다 녹취 단계에서 생긴 오류였지만, 최종 회의록에서는 동일하게 잘못된 정보가 됐다.
반면 불필요한 표현을 줄이는 능력은 좋았다. 실제 대화에는 “제 생각에는”, “일단 확인해 보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과 같은 말이 반복됐지만, AI는 이를 제거하고 핵심 내용만 남겼다. 회의 내용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AI가 정리한 문장이 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웠다.
결국 AI는 회의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는 강했지만,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판단하고 의견과 결정을 구분하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최종 수정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확인해야 할 것
이번 실험에서는 직접 회의록을 작성할 때 약 38분, AI 초안을 활용했을 때 약 18분이 걸렸다. 약 20분을 절약했기 때문에 시간 측면에서는 AI 활용의 장점이 분명했다.
다만 AI가 만든 회의록을 검토 없이 사용하는 것은 위험했다. 중요한 내용이 누락되거나, 확정되지 않은 의견이 결정 사항으로 바뀌고, 담당자와 날짜가 잘못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 회의록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회의 진행 방식부터 조금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담당 업무를 정할 때는 “김 대리가 다음 주 수요일까지 확인한다”처럼 이름과 기한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회의가 끝나기 전에는 진행자가 결정 사항과 미결정 사항을 한 번씩 정리하면 AI도 결론을 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AI에게 요청할 때도 기준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결정 사항과 검토 중인 내용을 분리하고, 담당자나 마감일이 명확하지 않으면 추측하지 말고 ‘확인 필요’로 표시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초안을 받은 뒤에는 네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의견과 최종 결정이 구분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담당자와 업무 내용이 정확하게 연결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셋째, 날짜와 금액, 수량 같은 숫자 정보는 원본과 대조해야 한다. 넷째, 짧게 언급됐지만 중요한 내용이 빠지지 않았는지 회의 메모와 비교해야 한다.
보안 문제도 주의해야 한다. 회의 녹취에는 고객 정보, 계약 조건, 내부 예산, 인사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회사가 허용하지 않은 AI 서비스에 전체 녹취문을 그대로 입력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실제 회사명과 담당자 이름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거나, 회사에서 승인한 업무용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번 실험을 통해 AI는 회의록을 완성해 주는 도구라기보다, 긴 녹취를 빠르게 정리해 주는 초안 작성 도구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직접 처음부터 작성하는 시간은 크게 줄여 줬지만,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판단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회의 녹취를 AI로 회의록으로 만들면 업무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에는 약 38분 걸리던 작업을 약 18분으로 줄일 수 있었다. 다만 AI에는 정리와 초안을 맡기고, 사람은 결정 사항과 담당자, 기한을 최종 확인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정확성과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