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업무 인수인계 내용을 정리해 달라고 해봤다. 회사에서 담당자가 바뀔 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인수인계인데, 평소에는 당연하게 알고 있던 업무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실제로 업무를 하면서 적어둔 복잡한 메모를 AI에게 입력하고, 신입사원도 이해할 수 있는 인수인계 자료로 바꿔달라고 요청해 봤다.
평소에 적어둔 업무 메모를 그대로 AI에게 넣어봤다
먼저 일부러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업무 메모를 준비했다.
평소 업무를 하면서 메모하는 방식은 대부분 비슷했다. 필요한 내용만 급하게 적다 보니 문장이 완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생략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월초 거래처 자료 확인, A업체 자료는 메일로 받음, 누락 있으면 담당자에게 다시 요청, 확인 후 엑셀 파일 업데이트, 매월 5일까지 정리, 수정된 내용은 팀장님 확인, 이상 없으면 최종본 저장, 지난달 파일 참고, 특이사항 있으면 메일 남겨놓기
나에게는 익숙한 업무라서 이 정도만 적어도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내용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조금 막막할 것 같았다.
A업체가 무엇을 보내는지, 어떤 항목을 확인해야 하는지, 누락이 있으면 누구에게 연락하는지, 최종 파일은 어디에 저장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내용을 AI에게 입력하고 다음과 같이 요청했다.
“위 메모를 처음 업무를 맡는 신입사원이 읽는다는 가정으로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어줘. 업무 목적, 진행 순서, 확인해야 할 사항, 주의사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줘. 메모에 없는 내용은 임의로 만들지 말고, 정보가 부족한 부분은 따로 표시해줘.”
AI가 정리한 결과는 원래 메모와 상당히 달랐다.
단순히 문장을 예쁘게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이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 중심으로 내용을 재배치했다.
먼저 이 업무가 언제 시작되는지 정리하고, 그다음 자료를 받고, 내용을 확인한 뒤 문제가 있으면 담당자에게 요청하고, 이상이 없으면 파일을 업데이트하고 팀장에게 확인받는 식으로 순서를 만들었다.
내가 적은 메모에서는 각각 따로 떨어져 있던 내용이 하나의 업무 흐름으로 연결됐다.
이 부분은 확실히 편했다.
AI가 정리한 인수인계 자료를 신입사원 입장에서 읽어봤다
그다음에는 AI가 만든 자료를 내가 처음 이 업무를 맡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봤다.
확실히 원래 메모보다 이해하기 쉬웠다.
특히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가 눈에 들어왔다.
기존 메모는 내가 알고 있는 순서대로 적혀 있었지만, AI가 정리한 자료는 업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따라가기 좋은 순서로 바뀌어 있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자료 확인 → 누락 있으면 요청 → 엑셀 업데이트 → 팀장 확인 → 최종본 저장’
정도로 적혀 있었다면, AI는 이를 단계별로 나눠서 보여줬다.
1단계. 거래처 자료를 확인한다.
2단계. 필요한 자료가 모두 들어왔는지 확인한다.
3단계. 누락된 자료가 있으면 담당자에게 요청한다.
4단계. 확인된 내용을 파일에 업데이트한다.
5단계. 팀장 확인을 받는다.
6단계. 최종본을 저장한다.
이렇게 바꾸고 나니 업무가 훨씬 단순해 보였다.
인수인계 자료에서 이런 순서가 중요한 이유는 신입사원이 업무를 하면서 계속 질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걸 먼저 해야 하나?’
‘자료가 빠졌으면 어떻게 하지?’
‘최종 파일은 언제 만드는 거지?’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답이 적혀 있으면 업무를 시작하기가 훨씬 편하다.
AI에게 또 하나 요청한 것은 주의사항을 따로 정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AI는 메모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을 따로 구분했다.
예를 들어 매월 5일까지 정리해야 한다는 마감일, 자료 누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 최종본을 저장해야 한다는 점 등이 별도의 항목으로 정리됐다.
여기서 생각보다 유용했던 것은 ‘모르는 내용을 억지로 채우지 말라’고 미리 요청한 부분이었다.
AI에게 이런 조건을 주지 않으면 인수인계 자료를 더 완성도 있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메모에 없는 내용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확인하지 않은 파일 위치나 담당자 이름 등을 AI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버리면 인수인계 자료로서는 오히려 위험하다.
그래서 AI에게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 때는 모르는 내용은 빈칸이나 확인 필요 항목으로 남겨달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마지막 확인은 사람이 해야 했다
AI가 만든 인수인계 자료는 확실히 원래 메모보다 보기 편했다.
하지만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가장 먼저 실제 업무에서 사용하는 세부적인 기준이 빠져 있었다.
예를 들어 ‘자료를 확인한다’고 되어 있지만 정확히 어떤 항목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원래 담당자인 나만 알고 있었다.
또 ‘누락된 자료가 있으면 담당자에게 요청한다’고 되어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담당자가 아니라 다른 팀에 문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내용은 단순히 메모에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AI가 알 수 없었다.
결국 인수인계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AI가 잘하는 부분과 사람이 해야 하는 부분이 나뉘었다.
AI는 흩어져 있는 메모를 정리하고 업무 순서를 보기 좋게 만드는 데 강했다.
반면 실제 업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예외 상황이나 회사 내부에서만 통하는 규칙은 사람이 추가해야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AI가 만든 자료를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순서로 수정했다.
기존 업무 메모 작성 → AI에게 1차 정리 요청 → 실제 업무와 비교 → 빠진 내용 추가 → 잘못된 내용 수정 → 최종 인수인계 자료 완성
이 과정을 거치니 처음부터 내가 인수인계 문서를 만드는 것보다 부담이 적었다.
특히 처음부터 문서 형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그동안 인수인계를 할 때는 ‘무엇부터 설명하지?’라는 고민을 먼저 했는데, AI에게 일단 메모를 던져놓고 정리해 달라고 하니 시작하기가 훨씬 쉬웠다.
이번 실험을 하면서 인수인계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하게 정리된 문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업무를 맡은 사람이 자료를 읽고 실제로 업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업무 순서뿐만 아니라 마감일, 확인해야 할 내용, 예외 상황, 담당자, 파일 위치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AI는 이런 내용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실제로 무엇이 중요한지는 결국 업무를 해본 사람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 일이 생기면 처음부터 완벽한 문서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먼저 편하게 메모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메모를 AI에게 전달해서 ‘처음 업무를 맡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정리해줘’라고 요청한 뒤, 내가 다시 실제 업무와 맞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만들 생각이다.
이번 실험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인수인계 문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줄인 것보다, 내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업무 과정을 다시 정리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익숙하게 하던 업무도 막상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빠진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AI를 이용하면 이런 빠진 부분을 발견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인수인계 자료에는 회사 내부 정보나 개인정보, 거래처의 민감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자료를 AI에 그대로 입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회사 정책을 먼저 확인하고, 외부에 공유하면 안 되는 정보는 제외하거나 가상의 내용으로 바꿔서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AI는 인수인계를 대신해 주는 도구라기보다 내 머릿속에 있는 업무 지식을 문서로 꺼내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에 가까웠다.
특히 업무 메모가 엉망으로 쌓여 있을수록 오히려 AI의 정리 기능이 유용했다.
다음에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 일이 생긴다면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하지 않고, 일단 내가 아는 내용을 편하게 적어놓는 것부터 시작해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