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AI에게 하루 일과를 정리해 달라고 해봤다

by 혜포 2026. 10. 1.

하루 일과를 AI에게 정리해 달라고 해봤다. 평소에는 퇴근할 때쯤 되면 ‘오늘도 바빴다’는 생각만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막상 내가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을 썼는지 하나씩 적어보면 생각과 조금 달랐다. 그래서 하루 동안 했던 업무를 시간대별로 적어 AI에게 보여주고, 불필요하게 반복한 일이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달라고 해봤다.

AI에게 하루 일과를 정리해 달라고 해봤다
AI에게 하루 일과를 정리해 달라고 해봤다

 

이번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AI에게 ‘내 업무를 대신 판단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기록한 뒤, 제3자의 시선으로 하루를 다시 바라보는 데 AI를 활용해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먼저 하루 동안 한 일을 시간순으로 적어봤다

가장 먼저 평소처럼 일한 하루를 기준으로 업무 기록을 남겼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작성할 필요 없이 메모장에 시간과 한 일을 간단하게 적었다.

처음 적을 때는 ‘생각보다 일을 많이 했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전체를 한 번에 놓고 보니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여러 번 확인하고 있었고, 보고서도 작성했다가 수정하는 시간이 따로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에는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이 내용을 그대로 AI에게 입력했다.

“위 내용을 기준으로 오늘 하루 업무를 분석해줘. 반복적으로 발생한 업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업무, 꼭 필요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해서 알려줘. 단순히 업무를 줄이라고 하지 말고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해줘.”

 

AI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업무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었다.

보고서 작성이나 거래처 자료 확인처럼 집중해서 해야 하는 업무가 있었고, 이메일 확인이나 메신저 답변처럼 중간중간 끼어드는 업무도 있었다. 또 회의나 회의 후 정리처럼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 혼자 마음대로 줄이기 어려운 업무도 있었다.

이렇게 나누고 보니 내가 바쁘다고 느꼈던 이유도 조금 이해가 됐다.

실제로 업무량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한 가지 일을 계속 이어서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업무 사이를 계속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AI가 찾아낸 ‘줄일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해 봤다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AI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였다.

AI는 먼저 이메일과 메신저 확인 시간을 살펴봤다.

나는 오전, 점심 이후, 오후에 여러 번 이메일과 메신저를 확인하고 있었다. 각각의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업무 중간에 계속 끼어 있었다.

AI는 긴급한 연락을 제외하면 확인 시간을 어느 정도 정해두는 방법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에는 메신저를 계속 확인하기보다 일정 시간 동안 집중하고, 그 이후에 한 번에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생각보다 현실적인 제안이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메신저 알림이 올 때마다 바로 확인하게 된다. 1~2분이면 끝날 것 같지만 다시 원래 하던 업무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보고서 수정이었다.

AI는 보고서 작성과 수정이 별도의 업무처럼 나뉘어 있는 것을 보고, 처음 작성할 때부터 필요한 항목을 정해두면 수정 횟수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시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실제로 적용해 볼 만했다.

나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일단 생각나는 내용을 모두 적은 다음 나중에 형식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문장이나 순서를 다시 고치는 일이 생겼다.

AI의 제안대로 보고서를 쓰기 전에 먼저 필요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작성해 보기로 했다.

 

세 번째는 반복적인 업무였다.

특히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여러 번 작성하거나, 매번 비슷한 자료를 확인하는 업무는 일정 부분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AI가 제안한 방법은 업무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모아서 처리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도 실제 직장생활에서는 꽤 중요한 차이라고 느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이메일을 하루 종일 조금씩 처리하는 것보다 일정 시간에 모아서 답변하면 업무 흐름이 덜 끊길 수 있다.

물론 모든 업무를 이렇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답변해야 하는 업무나 다른 사람의 업무와 연결된 일은 즉시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AI의 제안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내가 실제로 조절할 수 있는 업무만 골라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루를 다시 보니 ‘일을 줄이는 것’보다 ‘흐름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 실험에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AI가 특별히 새로운 업무 개선 방법을 알려준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대신 내가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던 작은 반복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 줬다.

이메일 확인, 메신저 확인, 자료 확인, 보고서 수정처럼 각각 따로 보면 별것 아닌 업무들이었다. 하지만 하루 전체를 놓고 보니 비슷한 행동이 여러 번 반복되고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업무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메신저를 확인하고, 다시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의가 끝나면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다시 보고서로 돌아오는 식이었다.

AI에게 하루 일과를 정리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AI가 ‘이 업무는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실제로 없애면 안 된다. 회사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일 수도 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부서와의 연결 때문에 필요한 과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실험에서는 AI의 분석을 정답이라기보다 하루 업무를 다시 바라보기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실제로 적용해 본 것은 세 가지 정도였다.

첫째, 이메일과 메신저를 무조건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기.

둘째, 비슷한 업무는 가능하면 한 번에 처리하기.

셋째,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필요한 내용을 먼저 정리해서 수정 횟수 줄이기.

하루 만에 엄청난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왜 이렇게 하루가 빨리 지나갔지?’라는 생각은 조금 줄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내가 바쁘다는 느낌만 가지고 하루를 평가하지 않고, 실제 기록을 보고 어떤 업무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실험을 하면서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방법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AI에게 “내 업무시간을 줄여줘”라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실제로 한 일을 먼저 보여주고 “어디에서 시간이 새고 있는지 찾아줘”라고 요청하는 것이 훨씬 구체적이었다.

 

결국 AI가 하루 업무를 대신 정리해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업무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하루를 마친 뒤 모든 업무를 자세히 기록하기보다는 중요한 업무와 예상보다 오래 걸린 업무만 간단하게 적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기록이 쌓이면 AI에게 다시 보여주고 반복적으로 시간을 쓰는 업무가 무엇인지 확인해 볼 예정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만으로는 무엇을 바꿔야 할지 알기 어렵다.

반대로 하루를 기록해 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곳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번 실험에서 AI는 시간을 직접 줄여주는 도구라기보다, 내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보여주는 업무 점검 도구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