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업무 아이디어 30개를 요청하면 쓸 만한 것은 몇 개일까? 실제로 받은 아이디어를 참신성, 실행 가능성, 중복 여부로 나누어 살펴보니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직장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이 자주 생긴다. 팀 업무를 더 편하게 만드는 방법,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 회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과제를 맡을 때가 많다. 이럴 때 혼자 생각하려고 하면 이미 알고 있는 방법만 떠오르거나 몇 개 적고 나서 막히기 쉽다.

이번에는 ‘팀의 반복 업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AI에게 아이디어 30개를 요청했다. 결과를 받은 뒤 새로운 관점이 있는지, 실제 회사에서 실행할 수 있는지,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지 않았는지를 기준으로 하나씩 살펴봤다.
30개를 빠르게 받았지만 비슷한 내용이 반복됐다
AI에게 아이디어를 요청할 때 단순히 “업무 개선 아이디어 30개를 줘”라고 하지 않았다. 대상은 사무직 팀이며, 큰 비용 없이 한 달 안에 시작할 수 있고, 반복 업무를 줄이는 방법을 제안해 달라고 조건을 넣었다.
AI는 몇 초 만에 30개의 아이디어를 정리했다. 업무 요청 양식 만들기, 자주 사용하는 문서 모아 두기, 회의 시간 줄이기, 반복 이메일 문장 저장하기, 업무 담당자 표시하기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처음에는 아이디어가 많아서 선택지가 넓어 보였다. 혼자 생각했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내용도 일부 있었다. 특히 매주 반복되는 질문을 모아 간단한 안내 자료를 만들거나, 업무가 끝날 때 다음 담당자가 알아야 할 내용을 일정한 방식으로 남기자는 제안은 실제로 활용할 만했다.
하지만 30개를 자세히 읽어 보니 비슷한 내용이 표현만 달라서 여러 번 등장했다. ‘자주 쓰는 문서 양식을 만든다’, ‘반복 문서의 기본 틀을 저장한다’, ‘공통 문서 양식을 팀에 공유한다’는 사실상 같은 아이디어였다.
업무 요청을 명확하게 만들자는 제안도 여러 형태로 반복됐다. 요청 내용을 일정한 항목으로 작성하기, 업무를 맡길 때 마감일을 넣기, 담당자와 완료 기준을 표시하기처럼 각각 나뉘어 있었지만 하나의 개선 방법으로 묶을 수 있었다.
겉으로는 30개였지만 비슷한 아이디어를 합치니 약 20개 정도로 줄었다. AI는 요청받은 개수를 채우기 위해 하나의 아이디어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개수만 보고 아이디어가 충분히 다양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됐다.
AI가 만들어 준 목록은 생각을 시작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 하지만 실제로 검토할 때는 비슷한 아이디어를 먼저 묶고,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는 달랐다
중복되는 내용을 정리한 뒤에는 남은 아이디어를 참신성과 실행 가능성으로 나누어 살펴봤다. 새로운 느낌이 있더라도 회사에서 바로 실행하기 어렵다면 실제 업무 아이디어로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참신성 측면에서 눈에 띈 제안은 ‘반복 업무 중단의 날’을 정하자는 것이었다. 한 달에 한 번 팀원들이 불필요하게 반복하는 업무를 하나씩 골라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이었다. 평소에는 새로운 일을 추가하는 데 집중하지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팀원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한곳에 모으고, 일정 기간 동안 질문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하자는 제안도 쓸 만했다. 단순히 안내 자료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 살펴본다는 점이 좋았다.
반면 눈길을 끌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도 있었다. AI는 모든 반복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부서 전체의 업무 도구를 한 번에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비용과 승인, 교육이 필요해 한 달 안에 실행하기 어려웠다.
매일 팀원들이 업무 시간을 자세히 기록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현실성이 낮았다. 반복 업무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록 자체가 새로운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컸다. 팀원들이 꾸준히 참여하지 않으면 자료도 제대로 모이지 않을 것이다.
실행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비용만 볼 수 없었다. 팀장의 승인 여부, 다른 부서와의 협조, 팀원들이 새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기존 업무에 부담을 더하지 않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했다.
이 기준으로 평가하니 30개 중 비교적 참신하다고 느낀 아이디어는 8개 정도였다. 이 가운데 현재 팀에서 한 달 안에 실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5개였다. 반대로 익숙하고 평범하지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6개 정도 있었다.
참신성과 실행 가능성을 모두 만족한 아이디어는 많지 않았다. 새로운 아이디어일수록 준비가 많이 필요했고,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 번 들어 본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최종적으로 바로 쓸 수 있었던 아이디어는 7개였다
모든 아이디어를 검토한 뒤 바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은 7개로 정리됐다. 반복되는 내용을 합치고, 비용이 많이 들거나 다른 부서의 승인이 필요한 제안은 제외한 결과였다.
남은 아이디어는 자주 쓰는 이메일 문장 모음 만들기, 반복 문의 안내 자료 작성, 업무 요청에 마감일과 완료 기준 넣기, 회의 전에 안건 공유하기, 매주 불필요한 업무 하나 찾기, 문서 저장 위치 통일하기, 업무가 끝난 뒤 다음 담당자에게 필요한 내용 남기기였다.
30개 중 7개만 남았다고 생각하면 AI의 결과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만들었다면 7개를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 AI는 완성된 답을 주기보다 선택할 재료를 빠르게 늘려 주는 역할을 했다.
AI에게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받으려면 요청할 때 회사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했다. 팀의 인원, 현재 불편한 점,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 반드시 피해야 할 방법을 알려주면 실행하기 어려운 제안이 줄어들었다.
한 번에 30개를 요청하는 것보다 분야를 나눠서 받는 방법도 효과적이었다. 문서 작성, 회의, 이메일, 자료 정리처럼 업무를 구분한 뒤 각 분야에서 몇 개씩 제안해 달라고 하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문제를 줄일 수 있었다.
또한 AI에게 스스로 아이디어를 분류하게 하는 방법도 도움이 됐다. 처음 목록을 받은 뒤 비슷한 내용을 합치고, 큰 비용 없이 실행 가능한 것만 다시 골라 달라고 요청하니 검토 시간이 줄었다. 다만 마지막 선택은 직접 해야 했다.
AI는 회사의 분위기와 팀원의 성향을 알지 못한다. 보기에는 좋은 제안이라도 팀원들이 번거롭게 느끼면 오래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적용하기 전에는 가장 작은 범위에서 시험해 보는 것이 좋다.
이번 실험에서 AI가 만든 아이디어 30개 가운데 중복을 제거한 것은 약 20개였고, 참신하다고 느낀 것은 8개, 한 달 안에 실행할 수 있는 것은 11개 정도였다. 참신성과 실행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바로 활용할 만한 것은 최종적으로 7개였다.
AI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요청하는 것은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데 유용했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개수가 곧 품질을 뜻하지는 않았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될 수 있고, 현실과 맞지 않는 제안도 포함될 수 있었다.
AI에는 가능한 선택지를 많이 만드는 일을 맡기고, 사람은 중복을 정리하고 실제 상황에 맞는 것을 고르는 역할을 해야 한다. 30개 모두를 활용하려 하기보다 그중 몇 개의 쓸 만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찾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